빈맥의 원인과 치료법
생명의 리듬이 흔들릴 때
빈맥이란 격려한 운동을 하지 않았거나 흥분시킬 만큼의 외적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장박동수가 100회 이상을 일정시간 유지하거나 빈도가 높은 경우를 말한다.
심장은 하나의 근육이지만, 동시에 우리 몸에서 가장 정교한 ‘리듬 센서’이기도 하다. 정상 성인의 심장은 분당 60~100회 정도의 박동을 유지한다. 이 안정된 박동은 단순한 기계적 수축이 아니라, 전기적 흐름과 자율신경계, 내분비계가 서로 교차하는 복합적 생체 시스템의 결과다. 이러한 박동이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라지는 상태인 빈맥은 단지 빠른 심장박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빈맥은 흔히 “운동하거나 긴장할 때 생기는 반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신체 내부에서 ‘균형의 상실’을 경고하는 생리적 언어다. 우리가 달리기를 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심박수가 증가하고, 반대로 휴식 시에는 부교감신경이 작동해 심장이 진정된다. 문제는 이 조절이 망가질 때다. 자율신경계가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심장 자체의 전도 회로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은 통제를 잃고 속도를 과도하게 올린다. 그 상태가 지속될 경우, 단순한 ‘두근거림’을 넘어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고, 실신이나 심부전, 심한 경우 생명 위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빈맥의 형태는 발생 위치에 따라 구분된다. 심방이나 방실결절에서 발생하는 상심실성 빈맥은 주로 젊은 층에서 나타나며, 갑작스러운 발작 형태로 온다. 반면 심실성 빈맥은 더 심각하다. 주로 심근경색 후 심근이 손상된 환자에서 발생하며, 치료하지 않으면 심실세동으로 이어져 급사할 위험이 높다. 이처럼 ‘빈맥’이라는 용어 하나 속에는 전혀 다른 병리적 메커니즘과 위험도가 숨어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빈맥이 반드시 ‘심장의 문제’만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 빈혈, 탈수, 호르몬 이상, 감염, 극심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전신 질환이 빈맥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감각 자극이 많은 환경,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카페인 과다 섭취가 일상이 된 현대인에게 빈맥은 일종의 신경계 탈조율 현상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빈맥은 심리적 불안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공황장애 환자는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극단적인 감각을 경험하며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심장에는 구조적 이상이 없다. 그럴 때 놓치기 쉬운 것이 자율신경의 흐름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이는 곧 심박수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유형의 빈맥은 신체 이상이 아니라 감정의 파동이 심장의 리듬에 새겨진 결과다.
진단은 반드시 전기적 관찰이 포함되어야 한다. 심전도(ECG)는 빈맥의 형태를 구분하는 핵심 도구이며, 증상이 간헐적인 경우 24시간 심전도(Holter monitoring)나 이벤트 모니터가 활용된다. 동시에 갑상선 기능, 전해질 상태, 빈혈 유무, 심장 구조 검사(심초음파)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편적인 검사로는 빈맥의 전모를 포착하기 어렵다.
치료는 원인 중심적이어야 한다. 일시적 교감신경 항진이라면 생활습관 개선—충분한 수면, 카페인 제한, 심호흡 등—만으로도 회복된다. 그러나 심장 전도계 이상이 있다면 약물이나 시술이 필요하다. 특히 도자 절제술(Ablation)은 재발하는 상심실성 빈맥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심실성 빈맥의 경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삽입형 제세동기(ICD)까지 고려된다.
빈맥은 단순한 '빠른 심장박동'이 아니다. 그것은 신체 내 에너지 흐름, 신경계의 균형, 감정의 흔들림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하나의 신호다. 중요한 것은 그 신호를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속도로 달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개입이다. 때로는 심장 스스로가, 몸과 마음을 대변해 외치는 유일한 언어일지도 모른다.